석불역/임형신

浮石 2009. 4. 30. 10:55

 

 
 

석불역

 

                       임형신

 

젖은 새 몇 마리 날아와

몸 말리고 간다

초겨울 짧은 해 반짝 드는

손 바닥만 한 역 마당

층층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여

역은 멈춰 서 있다

참회록을 읽던 시절

망미리望美里 갈대 숲 찾아 헤매다

잠시 만났던 역

술을 뿌리며 지나온 날들 위에

지워져간 이름

문득

서늘한 이마 짚어가며

그날의 하늘 만나러 가는 길

싸락눈 내리는 플랫폼

길 잘못 든 사람 하나 내려

젖은 몸 말리고 간다

치악雉岳의 끝에 돌아 앉아

더는 길을 내주지 않던

장대 끝에 높이 들려있는 역

2008년 불교문예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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