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불역
임형신
젖은 새 몇 마리 날아와
몸 말리고 간다
초겨울 짧은 해 반짝 드는
손 바닥만 한 역 마당
층층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여
역은 멈춰 서 있다
참회록을 읽던 시절
망미리望美里 갈대 숲 찾아 헤매다
잠시 만났던 역
술을 뿌리며 지나온 날들 위에
지워져간 이름
문득
서늘한 이마 짚어가며
그날의 하늘 만나러 가는 길
싸락눈 내리는 플랫폼
길 잘못 든 사람 하나 내려
젖은 몸 말리고 간다
치악雉岳의 끝에 돌아 앉아
더는 길을 내주지 않던
장대 끝에 높이 들려있는 역
2008년 불교문예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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