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 香 /임형신

浮石 2009. 6. 25. 10:31

 

 

 

 

치자 香
      - 分校場에서 -
                                      임 형 신   
   
   1
  숨이 막힌다
 
  입품 다 팔고
  입에서 단내가 나는 날
  섬마을 한바퀴 돌아오다
  빨간 지초 술 한 입 털어넣고
  집으로 가는 길
  분교장 울타리 가에서
  여우비를 맞으며 기다리다
  내게 다가와
  마신 술 확 깨게 하는
  치자
  꽃
  향기


   2
  아득 하다

  바다는 안개를 몰아
  아득하다고 칠판에 썼다 지운다
  교실 벽에 걸린 몽유도원도가
  마파람에 기울고 있다
  안개가 삼킨 분교장은
  한낮에도 복원되지 않는다
  향기를 잃어버린 무화과들이
  무겁게 젖어 있는
  남녘의 끝자락
  천년의 바다에서 우러난 침향의

  그리움으로
  너는 거기 그렇게 서 있다
      
      
   3
  초분(草墳) 등에 업혀 오는 바람이 칭얼대고
  그때마다 내 살갗에 내려 앉아 진한 울음을 토해 낸다
  그날 비망록에 썼다 지운
  아득한 치차꽃 향기

                 

  문학선 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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