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 장
임 형 신
누군가 덫을 놓고 기다린다
전망 좋은 화악산의 방
유리창이 번쩍 번쩍 날을 세운다
토막난 새들의 길 위에
새들이 한눈파는 사이 도둑같이 들어 선 언덕 위의 집
응달에 나뒹구는 신갈나무와 서어나무
서로 껴안고 몸을 덥힌다
지워진 길을 찿아 전속력으로 날아오는 곤줄박이 한 마리
유리창에 사정없이 이마를 찧고 떨어지는
봄날도
환한 봄날
칼산의 벼랑바위를 넘나들던 완강한 힘줄들이 맥없이 찢기운다 숨 죽이고
있던 바람이란 바람은 다 일어나 장례 준비에 분주하다 어제 죽은 새 내일
죽은 새들의 감기지 않은 눈을 염습하며 바람이 메고 가는 상여 소리는
우레가 되어 온 산을 흔들고 있다.
열린시학 200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