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임형신

浮石 2009. 7. 2. 11:57

  

 

 

 

 

풍 장
                                                                          
                                                    임 형 신

 누군가 덫을 놓고 기다린다
 전망 좋은 화악산의 방
 유리창이 번쩍 번쩍 날을 세운다
 토막난 새들의 길 위에

 

 새들이 한눈파는 사이 도둑같이 들어 선 언덕 위의 집
 응달에 나뒹구는 신갈나무와 서어나무
 서로 껴안고 몸을 덥힌다
 지워진 길을 찿아 전속력으로 날아오는 곤줄박이 한 마리
 유리창에 사정없이 이마를 찧고 떨어지는
 봄날도
 환한 봄날

 

칼산의 벼랑바위를 넘나들던 완강한 힘줄들이 맥없이 찢기운다 숨 죽이고
있던 바람이란 바람은 다 일어나 장례 준비에 분주하다 어제 죽은 새 내일

죽은 새들의 감기지 않은 눈을 염습하며 바람이 메고 가는 상여 소리는

우레가 되어 온 산을 흔들고 있다.

     

 열린시학 200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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