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추익한선생 신도비(愚川 秋益漢先生神道碑)
수라리(영월군 중동면 화원리)에 추익한이라는 분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맛이 좋은 머루, 다래를 단종께 갖다 드리곤 했었다. 그날도 추익한은 머루, 다래를 가지고 영월읍으로 가고 있었다. 수라리재를 넘어 내려가자 영월 쪽으로 하얀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단종이었다. 화사한 용포를 입고 검은빛 익선관을 쓴 단종의 얼굴은 슬프도록 곱게 보였다. 추익한은 곧바로 그 자리에 엎드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마마, 어디로 가십니까?"
단종은 추익한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태백산으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는 머루, 다래를 드릴 겨를도 없이 단종은 사라졌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추익한은 황급히 읍내로 달려갔다. 읍내에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 마음놓고 터뜨릴 수 없는 흐느낌이 조용히 깔리고 있었다. 단종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고 추익한은 다시 수라리재 아래로 가 보았다.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억눌린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 추익한은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영영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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