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 요강 네가 있어 깊은 밤에도 사립문 번거롭게 여닫지 않아 사람과 이웃하여 잠자리 벗이 되었구나. 술 취한 사내는 너를 가져다 무릎 꿇고 아름다운 여인네는 널 끼고 앉아 살며시 옷자락을 걷네. 단단한 그 모습은 구리산 형국이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비단폭포를 연상케 하네. 비바람 치는 .. 김삿갓의 詩 2005.09.17
장기 장기 술친구나 글친구들이 뜻이 맞으면 마루에 마주 앉아서 한바탕 싸움판을 벌이네. 포가 날아오면 군세가 장해지고 사나운 상이 웅크리고 앉으면 진세가 굳어지네. 치달리는 차가 졸을 먼저 따먹자 옆으로 달리는 날쌘 말이 궁을 엿보네. 병졸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잇달아 장군을 부르자 두 사가 .. 김삿갓의 詩 2005.09.17
바둑 바둑 흑백이 종횡으로 에워싼 것처럼 진을 치니 승패는 오로지 때를 잡고 못 잡음에 달렸네. 사호가 은거하여 바둑으로 시국을 잊었고 삼청 신선들 대국에 도끼자루 다 썩더라. 뜻밖의 속임수로 세력 뻗을 점도 얻고 잘못 두고 물러 달라 손 휘두르기도 하는구나. 한나절 승부를 걸고 다시금 도전하니 .. 김삿갓의 詩 2005.09.17
안경 안경 강호에 사람이 늙어 갈매기처럼 희어졌는데 검은 알에 흰 테 안경을 쓰니 소 한 마리 값일세. 고리눈은 장비와 같아 촉나라 범이 웅크려 앉았고 겹눈동자는 항우와 같아 목욕한 초나라 원숭이일세. 얼핏 보면 알이 번쩍여 울타리를 빠져 나가는 사슴 같은데 노인이 시경 관저편을 신나게 읽고 있.. 김삿갓의 詩 2005.09.17
맷돌 맷돌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사방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磨石 誰能山骨作圓圓 天以順還地自安 수능산골작원원 천이순환지자안 隱隱雷聲隨手去 四方飛雪落殘殘 은은뇌성수수거 사방비설낙잔.. 김삿갓의 詩 2005.09.17
돈 돈 천하를 두루 돌아 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세력이 가볍지 않네.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네. 錢 전 周遊天下皆歡迎 興國興家勢不輕 주유천하개환영 흥국흥가세불경 去復還來來復去 生能死捨死能生 거복환래래복거 생.. 김삿갓의 詩 2005.09.17
떨어진 꽃 떨어진 꽃 새벽에 일어나 온 산이 붉은 걸 보고 놀랐네. 가랑비 속에 피었다 가랑비 속에 지네. 끝없이 살고 싶어 바위 위에도 달라붙고 가지를 차마 떠나지 못해 바람 타고 오르기도 하네. 두견새는 푸른 산에서 슬피 울다가 그치고 제비는 진흙에 붙은 꽃잎을 차다가 그저 올라가네. 번화한 봄날이 한.. 김삿갓의 詩 2005.09.17
눈 속의 차가운 매화 눈 속의 차가운 매화 눈 속에 핀 차가운 매화는 술에 취한 기생 같고 바람 앞에 마른 버들은 불경을 외는 중 같구나. 떨어지는 밤꽃은 삽살개의 짧은 꼬리 같고 갓 피어나는 석류꽃은 뾰족한 쥐의 귀 같구나. 雪中寒梅 설중한매 雪中寒梅酒傷妓 風前槁柳誦經僧 설중한매주상기 풍전고류송경승 栗花落.. 김삿갓의 詩 2005.09.17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늘 눈이 내리더니 어쩌다 개어 앞산이 희어지고 뒷산도 희구나. 창문을 밀쳐 보니 사면이 유리벽이라 아이에게 시켜서 쓸지 말라고 하네. 雪日 설일 雪日常多晴日或 前山旣白後山亦 설일상다청일혹 전산기백후산역 推窓四面琉璃壁 分咐寺童故掃莫 추창사면유리벽 분부사동고소막 *김삿.. 김삿갓의 詩 2005.09.17
雪 눈 천황씨가 죽었나 인황씨가 죽었나 나무와 청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네. 밝은 날에 해가 찾아와 조문한다면 집집마다 처마 끝에서 눈물 뚝뚝 흘리겠네. 雪 설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천황붕호인황붕 만수청산개피복 明日若使陽來弔 家家첨前淚滴滴 명일약사양내조 가가첨전누적적 *천황씨.. 김삿갓의 詩 200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