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차도/임형신

浮石 2009. 7. 4. 10:07

 

 

 

 

서거차도

                      

                                                                   임형신

 

  새떼처럼 건너가던 섬들이 잠시 내려앉아 바람을 피하고 있다  샛바람

에  산들도 돌아 앉아 있다  맨살의 후박나무 거칠게  울음 우는 서거차도

西巨次島, 기항지에서도 파도는 쉬지 못한다 넘어졌다 일어나는 연습을

하더니 싸움을 시작한다

 

 혼자서 싸우고 있다  해 떨어지고 먼 바다로  돌아갈 때까지  일자진이

무너지면  학익진으로, 때로는  너울까지  불러들여  나아가고  물러서기를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얼마나 무너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가

 

 언덕에 앉아 파도에게서 넘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낯가림하는 해당화 등 뒤에서 웃고 있다

 

 

불교문예 2008년 가을호

*서거차도 : 조도군도 서남단에 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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