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차도
임형신
새떼처럼 건너가던 섬들이 잠시 내려앉아 바람을 피하고 있다 샛바람
에 산들도 돌아 앉아 있다 맨살의 후박나무 거칠게 울음 우는 서거차도
西巨次島, 기항지에서도 파도는 쉬지 못한다 넘어졌다 일어나는 연습을
하더니 싸움을 시작한다
혼자서 싸우고 있다 해 떨어지고 먼 바다로 돌아갈 때까지 일자진이
무너지면 학익진으로, 때로는 너울까지 불러들여 나아가고 물러서기를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얼마나 무너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가
언덕에 앉아 파도에게서 넘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낯가림하는 해당화 등 뒤에서 웃고 있다
불교문예 2008년 가을호
*서거차도 : 조도군도 서남단에 있는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