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임형신
한 됫박의 멸치가
한 됫박의 보리쌀을 기다리는
무안군 일로 장터
봄 햇살 노랗게 튀고 있는 난장에
반쯤 눈을 뜨고 졸고 있는
늘그막의 아버지
사흘에 죽 한 모금 먹어도
사람 행실 잘 해야 한다던
서슬퍼런 말씀은 놓은지 오래다
황사 바람 심술부리는 장 모퉁이
일용할 양식을 기다리는 해 긴 봄날에
마른 이마에 허옇게 피어나는
소금꽃
바람벽도 없는 오일장
바짝 마른 갯것들 줄줄이 뉘어놓고
봄볕 한 짐 짊어진
허리 두드리던
철둑길 옆 아버지의 작은 장터
회귀하는 멸치 떼를 따라
나 이곳에 와 있다
불교문예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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