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더위에서 이 곳을 찾는 길손을 맨처음 반겨주는 것은 정의현감의 정사를 보던 일관헌 맞은 편의 수백년된 느티나무, 팽나무. 이들은 마을 한복판에 마을을 품어 덮을 듯한 풍성한 자태로 방문객의 더위와 피곤을 식혀준다. 성읍 방문의 참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소요하듯 구불구불한 '올래(대문등 대신하여 만든 좁은 골목)'를 따라 찬찬히 거닐어 보는 것이다. 바람이 많은 섬 제주. 옛 제주의 섬사람들은 바람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 가운데 바람을 극복해내는 독특한 삶의 양식을 주거문화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일관헌 북쪽 울타리에 있는 나무는 높이가 17m이고, 근원부 둘레가 3.8m, 가슴높이 둘레 3.6m, 최대 수관폭은 22m이다.
도읍지였던(1423∼1914) 표선면 성읍리 일관헌(日觀軒)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느티나무(Zelkova serrata Makino) 한 그루와 팽나무(Celtis wildenowiana Romer et Schultes) 세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고려 충렬왕때에는 이곳에 매우 울창한 숲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지금은 불과 몇 그루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느티나무는 키가 30m, 가슴높이의 둘레가 5m에 이르러 나무의 나이를 약 1,000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팽나무는 키가 24∼32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2.4∼4.5m에 이르고 있어 나무의 나이는 약 600년 정도로 보고 있다. 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서 제주어로는 '굴무기낭'이라 한다.
이 마을 한복판에는 성읍리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큰 팽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이 팽아무에 깃든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읍리(表善面 城邑里) 마을 복판에는 큼직막한 팽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데,그 수령이 족히 천년은 되었을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워낙 오래된 나무여서 속이 텅 비어 있으며, 비가 내려 그 속에 물이 고이면 그 이 마을 사람들은 눈병이 걸린 눈에 바르는 특효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서 순이 먼저 나는 방향을 보고 점도 치곤 해왔다. 동서남북 중 제일 먼저 순이 나기 시작하는 방향의 동네에 풍년이 들게 되고, 나무 가운데에서부터 순이 돋기 시작하면 성읍리 전체가 풍년을 맞는다고 믿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지내온 이 팽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마을에 김면수라는 현감(縣監)이 부임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유출이와 유득이라는 두 아들과 금전이(또는 복돋이·유행이)라 불리우는 딸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이 김면수 현감은, 가지가 너무 뻗어 현청에 드는 햇빛을 가린다고 하여 팽나무의 가지들을 잘라 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의 딸이 죽고 말았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나무를 함부로 하면 자신에게 불행이 찾아온다고 믿고 이 나무에 함부로 손을 대려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날에는 천연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