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를 조롱함( 嘲地師 ) 지사를 조롱함 가소롭구나 용산에 사는 임처사여 늘그막에 어찌하여 이순풍을 배웠나. 두 눈으로 산줄기를 꿰뚫어 본다면서 두 다리로 헛되이 골짜기를 헤매네. 환하게 드러난 천문도 오히려 모르면서 보이지 않는 땅 속 일을 어찌 통달했으랴. 차라리 집에 돌아가 중양절 술이나 마시고 달빛 속에서 .. 김삿갓의 詩 2005.11.05
지관을 놀리다(嘲地官) 지관을 놀리다 풍수 선생은 본래 허망된 말만 하는 사람이라 남이다 북이다 가리키며 부질없이 혀를 놀리네. 청산 속에 만약 명당 자리가 있다면 어찌 네 아비를 파묻지 않았나. 嘲地官 조지관 風水先生本是虛 指南指北舌飜空 풍수선생본시허 지남지북설번공 靑山若有公侯地 何不當年葬爾翁 청산약.. 김삿갓의 詩 2005.11.05
길가에서 처음 보고 (街上初見) 길가에서 처음 보고 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나그네가 길 멈추고 사랑스런 맘 일어나네. 빈 집에 밤 깊으면 사람들도 모를테니 삼경쯤 되면 반달이 지게 될거요. -김삿갓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 가리기 어려우니 마음 있어도 말 못해 마음이 없는 것 같소. 담 넘고 벽 뚫어 들어오기.. 김삿갓의 詩 2005.11.05
어느 여인에게( 贈某女 ) 어느 여인에게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의 티끌이 되었네. 사.. 김삿갓의 詩 2005.11.04
기생 가련에게 ( 可憐妓詩 ) 기생 가련에게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可憐妓詩 가련기시 可憐行色可憐身 可憐門前訪可憐 가련행색가련신 가련문전방가련 可憐此意傳可憐 可憐能知可憐心 가련차의전가련 가련능지가.. 김삿갓의 詩 2005.11.04
산골 훈장을 놀리다( 嘲山村學長 ) 산골 훈장을 놀리다 산골 훈장이 너무나 위엄이 많아 낡은 갓 높이 쓰고 가래침을 내뱉네. 천황을 읽는 놈이 가장 높은 제자고 풍헌이라고 불러 주는 그런 친구도 있네. 모르는 글자 만나면 눈 어둡다 핑계대고 술잔 돌릴 땐 백발 빙자하며 잔 먼저 받네. 밥 한 그릇 내주고 빈 집에서 생색내는 말이 올.. 김삿갓의 詩 2005.11.04
훈장 (訓長) 훈장 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고 했나. 연기없는 심화가 저절로 나네. 하늘 천 따 지 하다가 청춘이 지나가고 시와 문장을 논하다가 백발이 되었네. 지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 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시비를 듣기 쉽네. 장중보옥 천금 같은 자식을 맡겨 놓고 매질해서 가르쳐 달라는 게 부.. 김삿갓의 詩 2005.11.04
훈장을 훈계하다 (訓戒訓長) 훈장을 훈계하다 두메산골 완고한 백성이 괴팍한 버릇 있어 문장대가들에게 온갖 불평을 떠벌리네. 종지 그릇으로 바닷물을 담으면 물이라 할 수 없으니 소 귀에 경 읽기인데 어찌 글을 깨달으랴. 너는 산골 쥐새끼라서 기장이나 먹지만 나는 날아 오르는 용이라서 붓끝으로 구름을 일으키네. 네 잘못.. 김삿갓의 詩 2005.11.04
갓 쓴 어른을 놀리다 (嘲年長冠者) 갓 쓴 어른을 놀리다 갓 쓰고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크게 읽는데 대낮에 원숭이 새끼가 이제 막 태어난 듯하고 황혼녘에 개구리가 못에서 어지럽게 우는 듯하네. 嘲年長冠者 조연장관자 方冠長竹兩班兒 新買鄒書大讀之 방관장죽양반아 신매추서대독지 白晝후孫初出袋 黃昏蛙子.. 김삿갓의 詩 2005.11.04
갓 쓴 어린아이를 놀리다 (嘲幼冠者) 갓 쓴 어린아이를 놀리다 솔개 보고도 무서워할 놈이 갓 아래 숨었는데 누군가 기침하다가 토해낸 대추씨 같구나. 사람마다 모두들 이렇게 작다면 한 배에서 대여섯 명은 나올 수 있을 테지. 嘲幼冠者 조유관자 畏鳶身勢隱冠蓋 何人咳嗽吐棗仁 외연신세은관개 하인해수토조인 若似每人皆如此 一腹可.. 김삿갓의 詩 200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