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을 한탄하다(老人自嘲 ) 노인이 스스로 놀리다 여든 나이에다 또 네 살을 더해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데 신선은 더욱 아닐세. 다리에 근력이 없어 걸핏하면 넘어지고 눈에도 정기가 없어 앉았다 하면 조네.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모두가 망령인데 한 줄기 숨소리가 목숨을 이어가네. 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아득.. 김삿갓의 詩 2005.11.04
제목을 잃어 버린 시 (失題) 제목을 잃어 버린 시 수많은 운자 가운데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나. 그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를 부르다니.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失題 실제 許多韻字何呼覓 彼覓有難況此覓 허다운자하호멱 피멱유난황차멱 一夜宿寢懸於覓 山村訓長但知覓 .. 김삿갓의 詩 2005.11.02
늙은이가 읊다(老吟) 늙은이가 읊다 오복 가운데 수(壽)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이 귀신 같네. 옛친구들은 모두 다 황천으로 가고 젊은이들은 낯설어 세상과 멀어졌네. 근력이 다 떨어져 앓는 소리만 나오고 위장이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나네. 애 보기가 얼마나 괴로운 줄도 .. 김삿갓의 詩 2005.11.01
기생에게 지어 주다( 贈妓 ) 기생에게 지어 주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울리기 어렵더니 이제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네. 주선(酒仙)이 시은(市隱)과 사귀는데 이 여협객은 문장가일세. 정을 통하려는 뜻이 거의 합해지자 달그림자까지 합해서 세 모습이 새로워라. 서로 손 잡고 달빛 따라 동쪽 성곽을 거닐다가 매화꽃 떨어지듯 .. 김삿갓의 詩 2005.11.01
아내를 장사지내고 (喪配自輓) 喪配自輓 상배자만 遇何晩也別何催 未卜其欣只卜哀 우하만야별하최 미복기흔지복애 祭酒惟餘醮日釀 襲衣仍用嫁時裁 제주유여초일양 습의잉용가시재 窓前舊種少桃發 簾外新巢雙燕來 창전구종소도발 염외신소쌍연래 賢否卽從妻母問 其言吾女德兼才 현부즉종처모문 기언오녀덕병재 아내를 장사지.. 김삿갓의 詩 2005.10.31
게으른 아낙네( 懶婦 ) 게으른 아낙네 병 없고 걱정 없는데 목욕도 자주 안해 십 년을 그대로 시집 올 때 옷을 입네. 강보의 아기가 젖 물린 채로 낮잠이 들자 이 잡으려 치마 걷어 들고 햇볕 드는 처마로 나왔네. 부엌에서 움직였다하면 그릇을 깨고 베틀 바라보면 시름겹게 머리만 긁어대네. 그러다가 이웃집에서 굿한다는 .. 김삿갓의 詩 2005.10.31
잠 많은 아낙네( 多睡婦 ) 잠 많은 아낙네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절구질도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헝클어.. 김삿갓의 詩 2005.10.29
주막에서[艱飮野店] 김삿갓은 언제나 빈털터리로 떠돌아다니면서도 술집만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이치와 같을 것이다. 술이야말로 그에게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친구였던 것이다. 그러기에 김삿갓에게는 술에 대한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남은 .. 김삿갓의 詩 2005.10.29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 세상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해지네. 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 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들에게 놀림 받네. 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내게 주어.. 김삿갓의 詩 2005.10.27
즉흥적으로 읊다 즉흥적으로 읊다 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 리인데 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오릉.. 김삿갓의 詩 200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