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향기 찾는 미친 나비가 한밤중에 나섰지만 온갖 꽃은 밤이 깊어 모두들 무정하네. 홍련을 찾으려고 남포로 내려가다가 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暗夜訪紅蓮 암야방홍련 探香狂蝶半夜行 百花深處摠無情 탐향광접반야행 백화심처총무정 欲採紅蓮南浦去 洞.. 김삿갓의 詩 2005.12.09
피하기 어려운 꽃 피하기 어려운 꽃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難避花 난피화 靑春抱妓千金開 白日當樽萬事空 청춘포기천금개 백일당준만사공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 김삿갓의 詩 2005.12.09
산을 구경하다(看山) 산을 구경하다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가 좋아서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네.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보이네. 꽃 색깔 고우니 봄이 왔음을 알겠고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왔나 보네. 멍하니 서서 돌아갈 생각도 잊었는데 해가 진다고 하인이 말하네. 看.. 김삿갓의 詩 2005.12.05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泛舟醉吟)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泛舟醉吟 범주취음 江非赤壁泛舟客 地近新豊沽酒人 강비적벽범주객 지근신풍고주인 今世英雄錢項.. 김삿갓의 詩 2005.12.05
경치를 즐기다 경치를 즐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賞景 상경 一步二步三步立 山靑石白間間花 일보이보삼보립 산청석백간간화 若使畵工模此景 其於林下鳥聲何 약사화공모차.. 김삿갓의 詩 2005.12.05
구월산(九月山峰) 구월산 지난해 구월에 구월산을 지났는데 올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구월산 풍경은 늘 구월일세. 九月山峰 구월산봉 昨年九月過九月 今年九月過九月 작년구월과구월 금년구월과구월 年年九月過九月 九月山光長九月 연연구월과구월 구월산광장구월 금강산 소.. 김삿갓의 詩 2005.12.05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答僧金剛山詩 )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 암자가 있어 사립문을 오랫동안 사람에게 열지 않았소. 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 학 불러 암자를 보이게 하고 시 한 수를 청하오. - 스님 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한 가운데 인선(人仙)과 신불(神佛)이 함께 엉겼소. .. 김삿갓의 詩 2005.11.24
금강산에 들어가다( 入金剛 ) 금강산에 들어가다 푸른 길 따라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누각이 시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 눈발 흩날리며 걸린 폭포는 용의 조화가 분명하고 하늘 찌르며 솟은 봉우리는 칼로 신통하게 깎았네. 속세 떠난 흰 학은 몇천 년이나 살았는지 시냇가 푸른 소나무도 삼백 길이나 되어 보이네. 스님은 내.. 김삿갓의 詩 2005.11.23
송편 (松餠) 송편 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네. 금쟁반에 천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등불을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松餠 송병 手裡廻廻成鳥卵 指頭個個合蚌脣 수리회회성조란 지두개개합방순 金盤削立峰千疊 玉.. 김삿갓의 詩 2005.11.21
늙은 소 (老牛) 늙은 소 파리한 뼈는 앙상하고 털마저 빠졌는데 늙은 말 따라서 마굿간을 같이 쓰네. 거친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옛공은 멀어지고 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그 시절 꿈 같아라. 힘차게 끌던 쟁기도 텃밭에 한가히 놓였는데 채찍 맞으며 언덕길 오르던 그 시절 괴로웠었지. 가련해라 밝은 달밤은 깊.. 김삿갓의 詩 200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