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이 외 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빛만 마주 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 詩 2010.10.27
아침 / 유승도 아침 유 승 도 내가 사는 마을은 산 중턱에 있어 산 아래 골짜기를 가 득 메운 운무의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 많다 햇살이 동산 에서 비치기 시작하면 운무는 꾸물럭꾸물럭 제 몸을 흐트 러뜨리며 산 위로 오른다 오늘도 막 그때다 마을 가운데 있는 삼거리 전봇대 위 에서 까마귀 한 마리.. 詩 2010.10.23
시퍼런 밤 / 유승도 시퍼런 밤 유 승 도 눈이 덮인 산속 마을에 보름달이 떴다 낮의 눈부신 햇 살에도 녹을 줄 모르던 눈 위에 달빛이 시리다 엄지손가 락만한 산쥐 한 마리가 부지런히 네 발을 놀리며 눈에 빠 지지 않고 기어간 곡선 그리고 직선의 흔적이 눈 위에 죽 어있다 멀리 산 아래 마을에 불빛 두어 .. 詩 2010.10.22
흔들지 않고 흐른다 / 유승도 흔들지않고흐른다 유 승 도 쯔읏 쯔읏 쯔읏 쯔읏 쯔읏 쓰으으 쓰으으 쓰으으 쓰으으 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 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 풀벌레 소리 가득한 밤, 산 아랫마을에서 웡웡 워워워웡 웡웡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도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반달의 엷은 빛만큼 희미하다 바람은 어.. 詩 2010.10.20
살랑살랑 / 유승도 살랑살랑 유승도 목에 줄을 걸 때까지도 개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웃었다 그러지 마라 곧 너를 잡아 삶아 먹을 텐데 그러면 네 고 기 맛이 어찌 좋겠냐 가만히 있어라 꼭 그렇게 살갑게 다가오려면 아예 내 게 덤벼들어라 그래서 줄을 놓게 하여 저 산속 깊이 들어 가서 살아라 그래도.. 詩 2010.10.15
차가운 웃음 / 유승도 차가운 웃음 유 승 도 골짜기는 얼음으로 덮였다 얼음이 내려다 보이는 산등 성이엔 생강나무 꽃망울이 터질 참이다 저 길고도 허옇고 우둘투둘 힘도 좋게 생긴 겨울 짐승 이야 어찌 되든, 꽃망울은 아침 햇살처럼 몸을 열어젖힐 준비로 뜨겁다 그러지 말아라 그대로, 눈을 뜨지 말아라 .. 詩 2010.10.14
차가운 웃음(유승도시집) 1960년 충남 서천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1995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나의 새> 외 9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유승도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시인이 살고 있는 영월에서의 삶, 그 자연을 배경으로 한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강원도 망경대산 중턱에서 농사 지으며 쓴 것들로, 생생.. 詩 2010.10.13
나의 새 / 유승도 나의 새 유 승 도 내가 인간 세계에서 승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듯이 새의 세계에서 새들이 너를 부르는 이름을 알고 싶다 새들이 너를 부르듯 나도 너만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며 나는 살아왔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 詩 2010.10.09
가을 가을 박 영 호 당신의 숨 속에서 가을 향을 느낍니다 가을 향은 산야로 두루 퍼져 천사들이 예쁜 옷을 입혀줍니다 아름다운 옷을 입은 대지는 지난여름과 추석 슬픔을 안겨준 이에게 가슴싸한 사랑을 남기며 당신께서 주신 숨을 남기고 긴 긴 잠으로 들어갑니다 당신의 그 크신 사랑을 받고 가을과 함.. 詩 2010.10.07
소래포구/임형신 소래포구 임형신 바다가 바다를 버렸다 군자만(君子灣), 소금 창고가 빗물에 풀리고 속살의 바다는 자꾸 뒷걸음친다 그런 바다에 어깨 빠진 폐선의 쇄골을 붙안고 구석에 웅크린 포구는 치통을 앓는다 짠맛을 잃어버린 바람이 마른 뺨을 훓고 있다 바다가 바다를 버릴 수도 있다 늦은.. 詩 201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