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차도/임형신 서거차도 임형신 새떼처럼 건너가던 섬들이 잠시 내려앉아 바람을 피하고 있다 샛바람 에 산들도 돌아 앉아 있다 맨살의 후박나무 거칠게 울음 우는 서거차도 西巨次島, 기항지에서도 파도는 쉬지 못한다 넘어졌다 일어나는 연습을 하더니 싸움을 시작한다 혼자서 싸우고 있다 해 떨어.. 詩 2009.07.04
풍장/임형신 풍 장 임 형 신 누군가 덫을 놓고 기다린다 전망 좋은 화악산의 방 유리창이 번쩍 번쩍 날을 세운다 토막난 새들의 길 위에 새들이 한눈파는 사이 도둑같이 들어 선 언덕 위의 집 응달에 나뒹구는 신갈나무와 서어나무 서로 껴안고 몸을 덥힌다 지워진 길을 찿아 전속력으로 날아오는 .. 詩 2009.07.02
폐사지에서/임형신 폐사지에서 -그날은 임 형 신 그날 폐사지 답사는 고달사지에서 시작하여 거돈사지에서 끝났다 가는 곳마다 이름 하나씩 집어주며, 입이 귀에 걸린 마애불 손을 들어 알은체를 한다 무너진채로 엎어져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돌탑은 반쯤 일어나서 된 힘을 쓰거나 누워서 뒤집기를 하고 .. 詩 2009.07.02
치자 香 /임형신 치자 香 - 分校場에서 - 임 형 신 1 숨이 막힌다 입품 다 팔고 입에서 단내가 나는 날 섬마을 한바퀴 돌아오다 빨간 지초 술 한 입 털어넣고 집으로 가는 길 분교장 울타리 가에서 여우비를 맞으며 기다리다 내게 다가와 마신 술 확 깨게 하는 치자 꽃 향기 2 아득 하다 바다는 안개를 몰아 .. 詩 2009.06.25
방씨네 소/임형신 방씨네 소 임 형 신 봄풀이 기를 쓰고 일어나는 꽃상여 길, 저물도록 혼자 놀다 돌아온다 흥월리 방씨네 소, 지난 겨울 사냥개에게 귀를 뜯긴 뒤로 큰눈 더 크게 뜨고 먼곳을 자주 본다 올봄엔 개복숭아나무 아래 왕고들빼기 맛있게 먹다 혼자 놀고 있는 까치독사와 눈이 마주첬다 겁 없이.. 詩 2009.06.24
禪林院 가는 길 /임형신 禪林院 가는 길 임 형 신 졸고 있는 가을산을 돌아다니며 물소리가 죽비를 친다 수없이 뜸을 떠댄 화강암 맨살이 비탈에 늘어져 있고 물소리를 삼킨 너럭바위 무너진 金堂터에 가부좌를 틀었다 화전민이 이고 가다 내려놓은 길 툭 툭 끊어지는 禪林院址 물길 따라 올라온 닭 울음 소리 물.. 詩 2009.06.23
천장(遷葬)/임형신 천장(遷葬) 임형신 1 참꽃 흐드러진 봄날 꽃산에 앉아 파묘(破墓)를 한다 뼈는 청산에 흩어지고 흙이 뼈로 서 있는 무덤 속 주먹도끼처럼 단단한 두개골 덩그러니 빈 방을 지키고 더는 마를 수 없는 정강이 뼈 띠 뿌리가 감고 있다 직립(直立)의 위엄을 지켜주던 두 발과 견장이 빛나던 어.. 詩 2009.04.30
석불역/임형신 석불역 임형신 젖은 새 몇 마리 날아와 몸 말리고 간다 초겨울 짧은 해 반짝 드는 손 바닥만 한 역 마당 층층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여 역은 멈춰 서 있다 참회록을 읽던 시절 망미리望美里 갈대 숲 찾아 헤매다 잠시 만났던 역 술을 뿌리며 지나온 날들 위에 지워져간 이름 문득 서늘한 이.. 詩 2009.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