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詠影) 그림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날 따르는데도 고마워 않으니 네가 나와 비슷하지만 참 나는 아니구나. 달빛 기울어 언덕에 누우면 도깨비 모습이 되고 밝은 대낯 뜨락에 비치면 난쟁이처럼 우습구나. 침상에 누워 찾으면 만나지 못하다가 등불 앞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마주치네. 마음으로는 사랑하면.. 김삿갓의 詩 2005.12.23
허언시(虛言詩) 허언시 푸른 산 그림자 안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虛言詩 허언시 靑山影裡鹿抱卵 白雲江邊蟹打尾 청산영리녹포란 백운강변해타미 夕陽歸僧계三尺 樓上.. 김삿갓의 詩 2005.12.23
눈(雪) 눈 천황씨가 죽었나 인황씨가 죽었나 나무와 청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네. 밝은 날에 해가 찾아와 조문한다면 집집마다 처마 끝에서 눈물 뚝뚝 흘리겠네. 雪 설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천황붕호인황붕 만수청산개피복 明日若使陽來弔 家家첨前淚滴滴 명일약사양내조 가가첨전누적적 *천황씨.. 김삿갓의 詩 2005.12.23
떨어진 꽃(落花吟) 떨어진 꽃 새벽에 일어나 온 산이 붉은 걸 보고 놀랐네. 가랑비 속에 피었다 가랑비 속에 지네. 끝없이 살고 싶어 바위 위에도 달라붙고 가지를 차마 떠나지 못해 바람 타고 오르기도 하네. 두견새는 푸른 산에서 슬피 울다가 그치고 제비는 진흙에 붙은 꽃잎을 차다가 그저 올라가네. 번화한 봄날이 한.. 김삿갓의 詩 2005.12.23
물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탄식 하는... 물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탄식 하는... 白髮汝非金進士 我亦靑春如玉人 酒量漸大黃金盡 世事재知白髮新 머리가 허연 너는 김진사가 아니냐 나도 한때는 꽃다운 청춘이었다 술은 늘어만 가는데 돈은 떨어져 세상을 알만하자 백발이 되었노라 김삿갓의 詩 2005.12.23
젖 빠는 노래 (嚥乳章三章) 젖 빠는 노래 시아비는 그 위를 빨고 며느리는 그 아래를 빠네. 위와 아래가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둘을 빨고 며느리는 그 하나를 빠네. 하나와 둘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단 곳을 빨고 며느리는 그 신 곳을 빠네. 달고 신 것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 김삿갓의 詩 2005.12.22
해해(年年) '김삿갓'이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그 집 아낙이 설거지물을 밖으로 휙~ 뿌린다는 것이 그만 '김삿갓'에게 쏟아졌겠다... 제가 뿌린 구정물을 지나가던 객(客)이 뒤집어썼으니 당연히 사과를 해야 마땅하련만, '삿갓'의 행색이 워낙 초라해 보이는지라 이 여인네 제 잘못을 알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 .. 김삿갓의 詩 2005.12.19
환갑집에서 환갑집에서 부른 노래 한 편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어느 곳에서 구수한 냄새가 풍겨온다. 지짐이를 붙이는 냄새 같기도 하고, 기름에 무엇을 튀겨내는 냄새 같기도 하다. 며칠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입에 담아보지 못한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군침이 고이고, 코까지 벌름댄다. ‘모처럼 포식을 하게 생.. 김삿갓의 詩 2005.12.19
양반론 (兩班論) 양반론 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다. 양반이 양반을 몰라보니 양반은 무슨 놈의 양반. 조선에서 세 가지 성만이 그중 양반인데 김해 김씨가 한 나라에서도 으뜸 양반이지. 천 리를 찾아왔으니 이 달 손님 양반이고 팔자가 좋으니 금시 부자 양반이지만 부자 양반을 보니 진짜 양반을 싫어해 손님 양반.. 김삿갓의 詩 2005.12.19